<もしも君が> 본문 샘플

 

 

もしも君が (만약에 네가)

 

상세 인포는 추후 추가됩니다.

퇴고 전이라 문장이 약간 수정될 수 있습니다.

 

※ 중세의 국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18~19세기 느낌이 날 수도 있습니다.
※ 초반에 토우야가 조금 딱딱하고 무뚝뚝하게 나옵니다. 얼마 안 가 사랑의 힘으로 풀어질 테니 조금만 참아주세요…….

 

(전략)


“단장님은 저쪽 단장님 미리 만나보셨어요?”

오늘의 훈련 내용을 훈련대장에게 하달한 뒤 여전히 말썽을 부리는 브로치를 만지작대고 있자, 서기관인 카츠세가 자신이 도와주겠다며 아키토의 망토 깃을 고쳐주다 물었다. 그사이 느슨하게 풀어진 허리끈을 조이던 아키토가 그의 말에 고개는 아래로 숙인 채 눈만 홉뜬 채로 그를 보았다.

“그건 왜 물어?”
“엄청난 미인이라는 소문이 있거든요. 뭐, 그 집안 사람들 미모는 원래 유명하지만. 이전 아오야기 단장들도 친위대를 달고 다녔다죠?”
“미인? ……아오야기 가 셋째가 딸이었어?”
“아이, 참. 미인이란 건 남녀를 가리지 않는 호칭이라구요. 애초에 흑영은 저희랑 다르게 남자밖에 없고. …그렇게 말하시는 거 보니까 아직 못 만나셨나 보네요.”
“카츠세가 관심을 보이니까 당연히 여자인 줄…….”
“제가 단장님 앞에서 그 정도로 여자 얘기만 했나요?”
“자각이 없었다는 게 더 무서운데.”

아키토의 반응에 카츠세는 그의 어깨를 주먹으로 퍽 쳤다. 딱히 화나지도 않았으면서 괜히 심통을 부리는 카츠세를 보며 아키토는 미안미안, 하며 가볍게 사과했다. 이전 단장이었다면 상상도 못 했을 거리감과 대처에 두 사람을 힐끔거리던 단원들은 조금 놀란 참이었다. 정작 당사자들은 신경 쓰고 있지 않았지만…….

“그 사람, 듣기로는 단장님이랑 나이도 엇비슷하다던데요. 단장님 서임식 때는 뒤에서 궁시렁대는 사람이 많았죠?”
“알면서 왜 묻는 거야?”

카츠세는 브로치를 어떻게든 망토에 고정한 뒤 손을 뗐다. 일시적으로 처리하긴 했지만, 시간 되실 때 재단사에게 가보시는 게 좋겠어요. 아키토는 귀찮다는 듯 한숨을 가볍게 쉬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눈을 돌려, 잠시 한눈 좀 팔았다고 설렁설렁 목책을 두드리고 있는 기사들에게 한차례 언성을 높였다.

“……이번엔 잘 지냈으면 좋겠는데.”
“누구랑?”
“새로 온 흑영 단장이랑요. 사쿠라기 전 단장이랑은 사사건건 싸웠잖아요.”
“그건 그 아저씨가 맨날 내 나이로 트집 잡아서 그런 거지……. 볼 때마다 ‘새파랗게 어린 게’로 말을 시작하는 사람이랑 어떻게 좋게 지내?”
“그러니까 하는 말이에요. 나이가 비슷하다는 건 그런 트러블은 안 생긴다는 거잖아요? 둘이 사이 나빠서 좋을 게 없는데.”

그건 그렇겠지만. 아키토는 잠시 사쿠라기 단장을 떠올렸다. 한 기사단을 이끌 정도의 사람이니 존경할 만한 인물이라는 건 알겠다만, 사사건건 아키토의 출신부터 나이, 하다못해 생긴 걸로도 트집을 잡던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그가 전사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슬프다는 감정은 일절 들지 않았고.

새로 온 녀석과는, 카츠세의 말대로 잘 지낼 수 있을까? 국왕 휘하의 두 기사단의 사이가 틀어져 봐야 좋을 게 없다는 건 아키토 역시 통감하고 있었으니까.

‘서임식 전에 두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네.’

아침에 국왕을 알현하는 자리에서 그 말을 들었을 땐, 퍽 귀찮은 일을 하신다고 생각했는데……. 아키토는 그제야 조금 의욕이 생겼다. 엄청난 미인이라는 그에 대한 기대도 조금은.


(중략)


“자리가 불편하셨나요?”

아키토가 묻자, 바깥 풍경에 시선을 두고 있던 그가 고개를 돌렸다. 말을 건 상대가 아키토인 것을 확인하자, 일언반구도 없이 다시 시선을 피했지만.

“아니면 제가 불편하세요?”
“네.”

즉답이냐. 아키토는 망설임도 없는 그의 답에 인상을 구겼다. 안 그래도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억지로 웃느라 입매가 경련하던 차에 잘 됐다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적당한 처세술은 좀 필요한 거 아니냐고, 그런 식으로 제멋대로 굴어서 쓰겠냐고, 선배 된 입장으로 쓴소리 좀 하려 했는데……. 하늘도 땅도 아닌 애매한 지평선 어딘가를 바라보는 듯한 그의 옆얼굴에 입을 다물었다.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그저, 어딘지 모르게 자꾸만 드는 기시감에…….

“그럼 불편한 건 차치하고.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어요?”
“…….”

이번에도 무시할 줄 알았는데, 그 말에는 외려 다시 한번 아키토에게 고개를 돌렸다. 똑바로 눈을 마주치기까지 했다. 맑은 빛깔의 눈동자가 모든 것을 투영했다. 달도, 별도, 눈앞에 서 있는 아키토도.

“그건 왜 묻습니까?”
“특별한 이유가 있겠나요? 그냥 어디서 본 것 같으니까.”
“그쪽이 기억 못 한다면 없는 거겠죠.”
“‘그쪽’이 아니라 시노노메 아키토인데요.”

두 사람을 에워싼 공기가 싸늘하게 식는 기분이 들었다. 아오야기 토우야는 퍽 귀찮다는 듯, 입을 크게 벌리지도 않은 채 한숨을 픽 내쉬었다. 아키토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할 이야기는 다 끝났습니까? ‘시노노메 아키토’.”

굳이 이름에다 힘을 주어 부르는 태도에 아키토는 완전히 표정을 구겼다.

“얘기가 통하는 상대일 줄 알았는데 제가 과대평가했나 봅니다.”
“멋대로 기대한 건 그쪽…… ‘시노노메 아키토’가 한 일이니 제가 힐난 받을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요.”
“허……. 그렇게 굴어선 흑영 단원 중 그 누구도 당신 뜻을 따르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죠.”
“……할 얘기는 끝났습니까?”

아키토는 욱하는 마음에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쥐려다가, 가까스로 화를 억눌러 참았다. 참았다고 하기엔, 나가는 목소리의 끝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지만.

“당신 같은 사람이랑 사이좋게 지낼 생각을 했다니……. 그래요, 이것도 내 멋대로 기대한 일이니까 어디 맘껏 비웃으시죠.”
“…….”
“귀족이란 건 좋네요. 쌓아둔 실적 하나 없으면서 제멋대로 구는 애송이조차도 국왕 직속 기사단의 단장 자리를 턱턱 맡는 거 보면.”

아무 감정이 담기지 않았기에 외려 투명하다고 생각했던 눈동자 위에 처음으로 감정 비슷한 것이 어룽거렸다. 아키토는 그의 견고한 속내에 흠집을 하나 냈다는 사실에 그제야 조금 만족했다. 평온해 보이지만 약간은 일그러진 표정.

“내가 원한 게 아냐.”

거의 들릴 듯 말 듯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던 그는 결국 아키토보다 먼저 테라스를 나섰다. 이런 싸움에선 참지 못하고 먼저 자리를 뜨는 쪽이 지는 거지. 아키토는 그리 생각하며 혼자만의 승전보를 올리다가, 순간 허무해져 결국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이런 건 내가 원한 일이 아냐. 난 이런 걸 바라지 않았어.’

어디선가 그런 비슷한 말을 들었던 것도 같았다. 그러니까, 제대로 기억도 하지 못할 만큼 아주 옛날에……. 아키토는 흐릿해진 기억을 더듬다가 이내 포기했다. 테라스의 난간에 몸을 기댄 채 아키토는 한숨을 푹 쉬었다. 카츠세, 아무래도 잘 지내는 건 안 될 것 같아. 공허한 눈으로 토우야가 바라보던 지평선 어딘가를 바라보던 그는 이내 실내로 걸음을 돌렸다. 등 뒤로 어느 거대한 생물의 눈동자가 반짝였다는 사실은 아마 몰랐을 것이다.


(후략)